국경 넘어 평화의 장 마련까지... 해외참전용사 공헌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

  • 유동원 기자
  • 발행 2021-12-2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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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에는 국경이 없고, 대한민국은 해외 참전용사들을 끝까지 예우할 것”

지난 13일 호주를 국빈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호주 캔버라의 한 호텔에서 열린 6·25전쟁 참전용사 초청 만찬에서 이 같이 강조하며,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을 예우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펼친 그간의 국제보훈정책의 일례로 ‘유엔참전용사법’ 제정을 언급했다.

▲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캔버라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전 참전용사 초청 만찬에서 이안 크로포드 예비역 제독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유엔참전용사의 명예선양 등에 관한 법률을 일컫는 ‘유엔참전용사법’. 참전용사에 대한 지속적인 예우와 명예 선양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지난해 3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유엔참전용사법’이 제정됨에 따라 정부는 7월 27일과 11월 11일을 각각 법정기념일인 ‘유엔군 참전의 날’과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로 지정, 참전용사들의 공헌에 예우와 감사를 전하고 있다.

7월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

‘유엔군 참전의 날’은 6·25전쟁 유엔참전국과 유엔참전용사들의 희생과 공헌을 기억하고 감사를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7월 27일로 지정된 것은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날인 7월 27일을 기억하고 참전용사들을 추모하기 위함에 따른 것이다.

‘유엔참전용사법’이 제정된 이래로 맞이한 지난해 첫 7월 27일, 국가보훈처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함께 했던 날들에 대한 경의를 담아 ‘영광의 날들’을 주제로 ‘6·25전쟁 70주년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기념식에는 코로나19로 참석이 어려운 유엔참전용사들을 대신해 국내 유학 중인 유엔참전용사의 후손들이 함께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올해 맞이한 두 번째 7월 27일은 당시 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인해 온라인 콘텐츠를 마련, 시공간을 초월해 전세계인들에게 이날의 의미와 가치를 널리 전하며 기념식을 대신했다.

11월 11일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전 세계 유일하게 유엔묘지가 있는 곳, 부산 유엔기념공원. 매년 11월 11일 11시가 되면 이곳을 향한 특별한 1분의 시간이 마련된다.

정부는 ‘유엔참전용사법’ 제정에 따라 7월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과 함께 11월 11일을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로 지정했다.

묵념의 시간, 1분은 ‘부산을 향하여(턴투워드 부산, Turn Toward Busan)’이라는 표어(슬로건) 아래 22개 유엔참전국과 전 세계인 모두가 6·25전쟁에서 희생한 11개국 2311명의 유엔전몰장병이 안치돼 있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올해 11월 11일,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행사에는 영국군 3인의 무명용사가 70년 만에 부산 유엔기념공원 전우들 곁으로 함께 하는 안장식이 거행됐다. 유엔참전용사의 유해가 국내에서 발굴된 뒤 안장되는 첫 사례로 의미가 컸다.

▲ 지난 11월 11일 부산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린 턴투워드부산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식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와 주한참전대사 및 주요내빈들이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국가보훈처)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을 통해 2016년과 2017년 경기도 파주 마지리, 마산리 인근에서 부분유해로 각각 발굴된 영국군 무명용사들은 한·미 공동감식을 거쳐 영국군 제29여단 글로스터대대 소속으로 1951년 4월에 벌어진 설마리전투와 파평산전투에서 혈전을 벌이다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감사를 담은 영상 메시지를 추모식을 통해 전하기도 했다.

유엔참전국과 보훈정책 협력 강화…‘추모의 벽’ 건립도

195만여 명의 유엔참전용사 명예를 선양함을 비롯,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한 이들의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로 자리매김함과 동시에 나아가 전세계가 추모·화합하는 평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는 그간 국제 보훈 교류 협력사업을 강화해 왔다.

문 대통령은 “한국 정부는 ‘참전용사와 가족의 한국 방문’, ‘현지 감사 행사’ 등 다양한 국제보훈사업에 더욱 힘쓸 것”이라면서 마지막 한 분의 참전용사까지 찾아내 가족과 전우의 품으로 돌려보내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호주의 6·25전쟁 참전용사들과 유가족에 전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앞서 2019년 호주와 ‘6·25전쟁 실종자 관련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아직 고국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6·25전쟁 호주군 참전용사 42명의 유해발굴과 조속한 송환에 협력해오고 있다.

또 보훈처는 올해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의 국빈 방한을 계기로, 보훈정책에 대한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이와 관련 ▲6·25 참전용사와 제대군인 예우행사 개발 ▲6·25 참전용사 후손 교류 증진 ▲6·25 참전용사 단체 활동 개발 등 콜롬비아와 보훈정책 협력 또한 추진하고 있다.

6·25전쟁 참전용사의 희생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한 미국 워싱턴 D.C에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건립도 이뤄지고 있다. 보훈처는 지난해 미국 워싱턴 D.C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KWVMF)’를 방문해 설계비 20억 원을 전달했으며, 올해 5월 21일 착공식이 열렸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국가유공자·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정부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후대에게 그 정신을 전할 것”이라고 굳은 의지를 전하면서 ‘추모의 벽’ 건립에 힘쓴 이들에게 감사를 전한 바 있다.

문화로 함께 추모·감사…코로나19 방역물품 지원도

아직 돌아오지 못한, 끝까지 찾아야 할 참전용사들을 기억하기 위한 캠페인도 진행됐다. 지난해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는 유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국군 전사자 12만 2609명의 호국영웅을 기억하는 태극기 배지 달기 대국민 캠페인 ‘끝까지 찾아야 할 122609 태극기’를 펼쳤다. 특히 해당 캠페인은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참여로 배지 신청이 조기에 종료되기도 했다.

정부는 또 유엔참전용사를 추모하고 그들의 희생으로 얻은 소중한 평화를 잘 지켜나간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유엔참전용사 추모 평화음악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6·25전쟁으로 맺어진 소중한 인연을 미래세대로 계승하고 함께 평화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유엔참전용사 후손과 국내 대학생이 참여하는 ‘유엔참전용사 후손 평화캠프’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22개 유엔참전국 참전용사와 조국 광복을 위해 헌신한 해외 독립유공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방역 마스크 등 코로나19 방역물품 지원도 이뤄졌다. 전체 유엔참전용사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에 100만장, 영국 등 21개국 참전용사에게 100만장을 전달했다.

▲ 호주의 예비역 준장 콜린 칸 씨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6·25 해외참전용사들로부터 감동을 담은 감사의 메시지가 전해졌다.(사진=외교부)

이에 세계 각국의 6·25전쟁 참전용사들을 비롯해 벨기에 국왕과 미국 국무장관 등으로부터 감사의 마음을 담은 메시지를 전달받았으며, 특히 미국 NBC 등 22개국 150여 개 현지 매체에서 한국의 유엔참전국 코로나19 방역물품 지원에 대한 보도가 이뤄지면서 참전용사들의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우리 정부와 국민들의 마음을 전세계에 전할 수 있었다.

이 밖에 정부는 유엔참전국 보훈부장관 등을 초청해 ‘국제평화 컨퍼런스’를 추진하고 코로나19로 방문하지 못한 유엔참전용사와 유가족, 참전국 저명인사들을 지속적으로 초청해 교류하는 한편, 유엔참전용사의 증언과 참전기록 등을 활용한 참전국별 교육자료 제작과 ‘World Congress’ 개최를 연1회로 정례화하면서 참전국 역사교사 네트워크 형성 등도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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