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카페에 발달장애인 바리스타 고용한 ㈜비비테크 향남공장
오전 6시 30분. ㈜비비테크 향남공장에 박오성(34), 노현래(30)씨가 탄 자동차가 도착하면 대문이 열린다. 두 사람은 매일 1등으로 출근한다.
두 사람은 사내 카페 YTT에서 지난 1월부터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환한 미소로 직원들을 맞아주는 박오성·노현래씨는 발달장애인이다.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하면서 하루에 200여 잔의 커피를 만들어 직원들에게 제공한다.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맞아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를 고용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지는 기업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비비테크 향남공장을 소개한다.
수원 고색동에 본사가 있는 ㈜비비테크는 사업 확장을 위해 지난해 6월 화성시 향남읍의 한 건물을 매입했다. 리모델링을 하면서 여유 공간이 생겼고, 직원들은 공간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성진규 비비테크 대표이사가 “장애인 바리스타가 일하는 사내 카페를 만들어 보자”는 의견을 냈고, 직원들의 호응을 얻었다.
성 대표이사는 “예전에 대기업 채용팀에서 일할 때 장애인 직원 채용도 담당한 경험이 있어, 장애인 직원 채용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며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 ‘장애인 바리스타 카페’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한국장애인부모회 수원지부에 “카페에서 일할 바리스타 발달장애인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고, 박오성씨와 노현래씨가 함께하게 됐다.
카페 이름은 직원 공모로 정했다. 마침내 2025년 1월, YTT(Yesterday, Today, Tomorrow 어제, 오늘, 내일)가 문을 열었다.
두 사람은 오전 5시에 하루를 시작한다. 새벽같이 일어나 씻고, 출근 준비를 하면 장애인활동지원사가 5시 30~40분에 두 사람을 차에 태우고 출근을 도와준다. 노씨는 수원 고등동, 박씨는 조원2동에 산다.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는 게 피곤할 법도 하지만 두 사람은 “하나도 힘들지 않다”며 “출근하는 게 너무 좋다”고 입을 모았다. 카페에서는 근로지원인 2명이 함께 일한다.
근로지원인 조미화씨는 “카페 개점 준비와 마감을 두 사람이 돌아가면서 하는데, 아주 잘한다”며 “뒷 정리도 아주 깔끔하게 한다”고 칭찬을 했다.
출근 첫날, 성진규 대표이사는 두 사람에게 “우리 회사의 일원이 된 것을 환영한다”며 “여기에서 오래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직원들을 대하는 걸 어색해하고, 손님이 많으면 안절부절못하기도 했지만, 조금씩 여유를 찾았다. 이제는 카페를 찾는 직원들과 주말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가벼운 농담도 주고받는다. 종종 간식을 사다 주는 직원도 있다.
박오성씨는 “직원들한테 인사를 하면 다들 반갑게 받아주셔서 좋다”며 “손님들이 나를 보고 밝게 웃어줄 때 제일 기분이 좋다”고 했다.
노현래씨는 “커피를 마신 직원들이 ‘맛있다’고 얘기해 줄 때 가장 기분이 좋다”며 “설날을 앞두고 햄 세트를 선물로 준 직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비비테크에서 일을 한 이후로 성격이 무척 밝아졌다고 한다. 박오성씨는 “내가 아빠 차를 바꿔주겠다”며 자동차 할부금을 내주고, 할머니한테 매달 용돈을 10만 원씩 드린다. 노현래씨는 엄마에게 “우리 아들이 우리 집 기둥”이라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두 사람은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비비테크에서 오래오래 일하면서 카페 매니저로 승진하는 것이다.
성진규 대표이사는 “기업이 장애인 직원 고용에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며 “법에서 정한 의무 고용률보다 더 높은 비율로 장애인 직원을 채용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함께 일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카페 YTT는 외부인도 이용할 수 있다. 비비테크 향남공장(화성시 향남읍 토성로 464-17) 2층에 있다. 오후 4시까지 문을 연다.
[인터뷰] 발달장애인 바리스타 고용한 ㈜비비테크 성진규 대표이사
대기업 채용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성진규 ㈜비비테크 대표이사는 “기업이 장애인 고용에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 공장을 확장하며 좋은 기회가 생겼고, 평소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처음에는 두 사람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도 조금 했는데, 기우였어요. 커피를 내리는 동안 직원들과 서로 안부도 묻고, 이런저런 대화도 하면서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두 사람과 직원들이 진정한 동료가 돼 가는 모습을 보면서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를 고용하길 정말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박오성·노현래씨는 성진규 대표이사와도 스스럼없이 지낸다. 종종 복도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다.
성 대표이사는 “YTT 카페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보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년에 다른 지역에 공장을 신축할 계획인데, 그곳에도 카페를 만들어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를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YTT 카페는 직원뿐 아니라 외부인도 이용할 수 있다. 비비테크 향남공장 2층에 있다.
성 대표이사는 “사내 카페다 보니 근무 시간에는 주문이 많지 않다”며 “주민들이 카페를 찾아주시면 두 사람이 더 활발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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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식 기자 다른기사보기